2화.
집이 부서질 뻔 했다.
아직 계약이 1년 남았는데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난 황급히 말했다.
“혹시 영체화 하실 수 있는 분들은 영체화하시기 바랍니다.”
서번트의 특징 중 하나가 영체화가 가능하다는 것. 만약 이게 통한다면 어느 정도 공간이 남아돌터.......
“???”
순식간에 방 안이 비워졌다. 한 몇 명 빼고는 대부분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여유만만하게 있어서는 아니되는 법. 영체화를 하지 않는 서번트는 존재했다.
“하하하!! 압제자에게 들을 말은 없다!!”
엄청난 근육질, 그리고 장난 아니게 험상궂은 남자. 거기다 옷이나 얼굴의 장식을 보며 아무리 3D라도 확연히 알 수 있었다.
“일단....... 전 압제자가 아닌데요.”
“흐하하핫!!”
스파르타쿠스.
2성 서번트이자 가장 말 안 듣는 버서커. 지금 날 보면서도 왠지 무언가 꿍꿍이가 있는 것 같아 무서워 죽을 지경이었다. 그리고 영체화하지 않은 서번트는 그 하나만 있는 것도 아니었다.
“흥!! 지고의 파라오에게 명령을 내릴 수 없다!”
아, 당신이라면 정말 잘 압니다.
“혹시 람세스...... 아니지, 오지만디아스 입니까?”
“이미 알고 있으면서 그렇게 말하는 것을 보면 네 눈은 옹이구멍이더냐!!”
네, 전 그냥 무지렁이 평민입니다.
“선배는? 여긴 어디죠?”
그리고 페그오 플레이어라면 잘 아는 우리의 귀염둥이 마슈 양. 코스트 0이라는 훌륭한 실더. 딱봐도 거대한 방패가 그녀라는 것을 증명해주었다.
“저기....... 일단 제 말 좀 들어보시면 안될까요?”
지금에야 눈치 챘지만, 난 이들과 대화하는 게 가능했다. 분명 일본어 사양의 일본 소셜 게임이라 일본어가 나오는 것이 당연할 텐데, 너무나 자연스럽게 대화가 가능했다. 일단 그건 나중에 두자.
“혹시 마슈 양....... 맞으십니까?”
“네...... 그렇습니다만........”
“일단 다른 분들에게 설명이 필요하니까....... 인솔이 가능할까요?”
난 제발이라는 마음으로 그녀에게 말했다. 솔직히 말해서 영체화가 가능한 시점부터 이들은 현실세계에서 무쌍을 찍는 존재들이다. 그것도 하나하나가. 아, 일단 작가 및 작곡 계열은 제외하자.
“........”
“역시....... 안 되는가요......”
“알겠습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와 동시에 주변에서 웅성거리는 느낌이 들렸다. 아무래도 마슈의 의견에 찬성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내 마슈 양은 스파르타쿠스에게 다가가 설득하기 시작했으며, 오지만디아스는 한 번 주변을 살피더니 날 지긋이 바라보았다.
“흥, 이름 모를 평민 놈.”
“네....... 아, 네! 오지만디아스 씨.”
“대체 누군지 모르지만, 감히 이 몸을 여기로 불러낸 것에 대한 값은 톡톡히 치를 것이다. 그리 알거라!”
“네........”
한순간에 저 인간에게 밉보였다. 나, 살 수는 있을 것인가. 곧 마슈가 다가와 스파르타쿠스를 겨우 설득시켰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게 난 얼른 신발을 신은 뒤에 방 안에 있을 이들에게 말한다.
“일단 저를 따라와주시길 바랍니다. 제발.......”
그렇게 난 영체화하지 않은 마슈와 오지만디아스, 그리고 스파르타쿠스를 데리고 이동하였다. 한발짝 한발짝 걸을 때마다 속이 타오르는 느낌이었다. 특히, 이들의 복장 때문에 스파르타쿠스는 아직 영기재림을 하지 않았는지 본디지 검투사 풍이고, 마슈는 갑옷기사, 그리고 오지만디아스는 걸을 때마다 주변 사람이 오징어를 만들게끔 하는 미남이니 말이다.
“호오, 예전에 그곳과 비슷하군. 여기보다 작지만 말이다.”
설마, 창은 때 기억이 남아있는 겁니까?!
“오오....... 여기 있는 자들은 전부 압제자인가?!”
아니요. 그저 좀 잘 차려입은 일반 시민입니다.
“신기해...... 이게 인리소각 당하지 않은 세계.”
순간 눈물이 왈칵거린다. 그래요, 마슈 양! 여기가 인리소각 따위가 없는 곳입니다!
그렇게 겨우 난 강변 산책로에 갔고, 그제야 모든 서번트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거기다 캐스터 계열들은 갑자기 무언가 손짓이나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자, 이제 다 되었군.”
빅벤 스타다. 딱 봐도 안경에 시니컬한 장발남. 언제나 과로사하시는 우리의 로드 엘멜로이 2세이자, 제갈공명이신 공띵님이시다.
“저기....... 뭘한 건가요?”
“사람물리기를 했다. 일단 너 녀석은 평범한 사람이니 잘 모르겠지만.”
“사람...... 물리기....... 혹시 결계 같은 건가요? 그...... 룬이나 마술을 이용한.......”
그 말에 몇몇 서번트가 갑자기 날 째려보기 시작했다. 아니, 어째서?!
“네 녀석....... 마술사냐?”
공명님이 날보고 그렇게 말한다. 그것도 약간 음성이 높도록 말이다.
“아뇨! 전 하찮은 인간 나부랭이입니다!”
“인간....... 나부랭이?”
그 말에 몇몇 서번트가 기분 나쁘듯이, 그리고 비웃듯이 킥킥거린다.
“어쩔 수 없다고요! 전 그저 일개 사회에서 일하는 나부랭이인데. 그저 한 달, 한 달 먹고 살기 어려운 나부랭이라고요!”
“나부랭이가...... 마술을....... 안다고.......”
“자, 자, 진정하시게, 공명.”
아, 역시 교수님이시다. 아무리 악의 두뇌지만, 이럴 때는 정말 좋은........
“일단 토해내지 않는다고 여겨지면 고문할거니까.”
그 말 최소!! 거기다 저기서 연청하고 로보가 날 의미심장하게 바라보고 있어! 신주쿠환영마인동맹 무셔!!
“잠시만 기다리세요!”
펄럭거리는 백색 옷. 깃발을 들고 모든 서번트 한 가운데 서서 그 아름다움을 보이는 여성이 있었다. 그래, 너무 확 인상이 깊어서 바로 알 수 있었다. 아무리 3D라도 저런 미모의 여성이 여기에 어느 정도 똑같이 있더라도 구분이 간다.
“오오, 자아아아느!!”
네, 캐드레 씨. 이해갑니다. 확산성 백만 캐드레라는 단어가 생길 정도로 초창기 잔느의 임팩트는 대단했죠.
“모두가 현재 상황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에 제가 대표로 나서서 당신께 묻도록 하겠습니다.”
“다른 분들 의견은 괜찮을까요....... 잔 다르크 씨?”
“어떻게 제 이름을........ 아니, 일단 전 클래스 룰러. 일단 절 싫어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이 상황에서는 오히려 룰러 쪽이 괜찮을 것이라 판단됩니다.”
그런가? 솔직히 잘 이해하지 못하겠다. 하지만 반박할 것이 있었다.
“룰러라는 클래스라....... 그러면 룰러가 2명일 때는 어떻게 되나요?”
“일단 여기서 룰러는 저 혼자입니다.”
다른 서번트들도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역시 룰러는 공정함의 기준인가?
“아뇨, 마르타 씨도 룰러지 않나요?”
“네?”
그 말에 잔느 씨와 몇몇을 제외한 모두가 마르타 씨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잠깐? 생각해보니 여기 서번트 중에서 마르타 씨가 한 분?
“자, 잠깐만요. 전 일단 성녀이긴 하지만, 룰러라니. 하하하.......”
“아뇨, 마르타 씨는 다른 클래스로 룰러가 있는데요. 그래서 세간에서 룰르타라고 구분하는데요. 저기 니토크리스 양이 어쌔신 클래스를 얻는 것처럼요.”
“?!!”
갑자기 모든 서번트들이 내게 눈을 돌린다.
설마.......
내가 뭐 잘못한 거라도 있나?
그 순간이었다.
목덜미가 순간 서늘해졌다. 천천히 고개를 내려다보니 거기에는 서슬퍼런 칼날이 보이고, 뒷통수로 차가운 쇠뭉치 느낌이 물씬 풍겼다.
다시 고개를 들어보니 거기에는 일본인 같으면서도 아닌 느낌의 백발 남자가 예리한 눈으로 날 보고 있었다.
“네 놈....... 대체 정체가 뭐냐!”
“말하지 않을 경우 팔다리를 쏘겠다.”
그래......
이 의심병 환자들이 있다는 걸 몰랐지.
그것도 정의의 사도 둘이 있다는 걸.
대체 어디가 잘못된 걸까?